대선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정책과 공약이 발표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추락한 한국의 정보기술(IT) 위상을 되찾기 위한 IT 공약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 공약은 실현되는 것이 30% 이하라고 하니 공약을 믿기보다는 후보나 참모들의 비전을 감상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그래서 공약이란 정부가 실현할 수 있는 핵심만을 다루는 편이 낫다.
IT는 한국 경제의 대들보다. 국내총생산(GDP)이나 수출에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하며 고용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IT는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균형 있는 발전을 성취하지 못했다. 통신서비스와 하드웨어에 치중한 한국 IT 산업은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몇 가지로 한정돼 있으며 이마저도 극심한 국제 경쟁에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세계 경제 침체, 보호무역 기조, 특허 전쟁은 한국 IT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를 극복할 벤처 생태계도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까.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IT 대선 공약으로 정부부처 개편, 규제와 제도 개선을 주로 내세우고 있다. IT를 종합하는 부처의 부활, 개방과 자율에 기반을 둔 산업 정책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으나 공공 영역을 벗어난 기타 여러 공약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만약 IT 공약에서 하나만 고르라면 `적절한 IT 인력 확보`를 선택하겠다. IT는 노동 집약적인 19세기 산업, 장비 집약적인 20세기 산업, 그리고 금융 집약적인 최근 성장산업과 속성이 판이하다. 그 중심에는 능력 있는 인재가 자리 잡고 있다. IT 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인력 의존도가 높다. 더욱이 IT 생태계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인력이 크게 부족한 한국은 인력 양성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과거 분산되고 임기응변에 그쳤던 IT 인력 양성 정책을 혁신해야 하며 패러다임 전환 수준으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일례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부 주도 IT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대부분 지식경제부 주관이며 교육과학기술부의 역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단기적인 목표에 치우친 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교육 주체를 대학이 아닌 정부나 기업으로 바꿔서 교육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부작용을 초래해왔다. 이제는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 구체적으로 IT 인력 양성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IT 핵심인재 양성, 초등학교부터 평생교육까지 아우르는 전주기적 양성, IT 인력에 각종 인센티브 부여로 공급 부족 해소, 대학 IT 전공 정원 자율화와 기업의 IT 인력 양성 규제 최소화가 아닐까.
정책은 선택이다. 그리고 정책은 철학이기도 하다. 능력 있는 IT 인력을 집중 양성하는 획기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차기 정부에서는 한국 IT가 반드시 재도약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