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컴퓨터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삼성, LG등 대기업도 소프트웨어 채용인력 중 대학에서 비전공학과를 다닌 졸업자가 반 가까이나 된다.
이들에게 단기간동안 집중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시켜서 현업에 투입하고 있으나 한 이년 지나면 컴퓨터과학 전반에 대한 기초가 부족하므로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컴퓨터 관련 필요인력을 반도 채우기 어렵다.
그나마 뽑은 인력의 전공업무 능력이 미달인 경우가 태반이다.
전 산업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는 IT인력이 이렇게 부족하다면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기초가 튼튼하면서 전공능력이 일정수준 이상인 인력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IT핵심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자 중 IT전공학과 출신이 90%를 훨씬 상회한다고 한다.
좋은 개발을 하려면 충실한 전공교육을 이수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컴퓨터관련 학과의 졸업생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을 재정비하는 것이 컴퓨터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는데 지름길이다.
우리나라에는 컴퓨터관련 학과가 넘쳐난다.
졸업생도 매년 수만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기업에서 실시하는 업무능력시험에서 신입직원이 대부분 낙제점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런가. 컴퓨터과학에 대한 기본 마인드가 부족하고 기초가 약하며 전공에 필요한 최소한의 스킬셋(skill set)을 학교에서 마스터하지 않고 졸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컴퓨터관련학과 졸업생의 전공능력을 대폭 끌어 올릴 수 있다면 기업의 컴퓨터 인력 부족은 쉽게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대안으로 대학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과학 능력측정시험이 있겠다.
이러한 시험제도가 대학의 컴퓨터학과 교육의 내실을 기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며 중립적인 기관에서 잘 운영한다면 세계적인 레퍼런스도 될 것이다.
현재 미래부의 산하기관에서 시범적인 개발을 하고 있으나 본격시행에 앞서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컴퓨터 마인드를 대학입학 이전에 올바르게 고취시키는 것일 것이다.
왜냐하면 컴퓨터과학이야말로 20세기에 탄생한 과학분야의 새로운 학문이면서 모든 학문에 접목되는 범용성을 지녔기 때문에 대학 진학자를 대상으로 컴퓨터 마인드를 고취시키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 컴퓨터과학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과 마찬가지로 과학분야에서 하나의 학문으로 잘 정착된 독립분야이다.
그리고 전 학문에 널리 응용되는 기초학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한국에서는 컴퓨터과학을 응용기술로 보거나 프로그래밍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며 단기간에 마스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컴퓨터는 계산을 기초개념으로 한 잘 다져진 학문이며 체계적인 계산중심 마인드가 필요한 분야이다.
따라서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컴퓨터과학이 정규과목으로 채택되어야 한다.
또한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의 선택과목 중 하나로 컴퓨터과학을 지정하여 21세기 현대시민으로 사는데 꼭 필요한 컴퓨터 마인드를 크게 확산시켜야 한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에 이미 컴퓨터 과목이 개설되고 있으며, 미국컴퓨터학회(ACM)는 고등학교용 컴퓨터과학 커리큘럼을 4과목이나 개발해 놓고 있다.
또한 대학입학능력측정시험(SAT)에 컴퓨터과학을 선택과목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도 빠르다.
일본도 대입준비 과목에 컴퓨터 관련 내용이 이미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수능에 컴퓨터과학을 도입하더라도 빠른 편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IT강국의 지위를 다시 찾기 위하여, 또 IT를 기반으로 한 창조와 융합경제를 일으키기 위하여, 컴퓨터과학 인력부족문제는 최우선적으로 정부정책 아젠더에 놓여야 한다.
컴퓨터과학의 수능 편성과 같은 획기적인 대책만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진정한 세계리더국가로 부상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