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article is written by Prof. Yanghee Choi, present minister of Ministry of Science, ICT and Future Pla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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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맞이하여 멋진 사자성어가 등장하곤 하나 지나가는 한해를 집약하는 사자성어도 의미가 있겠다. 올해는 어떤 해이었을까. ICT를 아끼는 디지털타임스 독자의 눈으로 보면 그야말로 `동분서주`의 해였던 것 같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멀쩡하던 회사가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하니 그야말로 이리저리 뛰어야 했던 것은 기업이나 정부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불확실한 세계경제, 불안한 금융, 국민과 따로 노는 정치, 종잡을 수 없는 북한, 치솟아 오르는 중국세를 극복하면서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한국의 ICT를 지키려고 산학연관 모두 무척 바쁜 한해였다.
아마 제일 바쁜 곳은 창조경제의 틀을 잡고 성과를 내려고 그야말로 동분서주한 정부와 산하단체들이 아니었을까 한다. 떼어 놓고 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창조와 경제라는 단어를 붙여놓고 보니 갖은 해석과 의미가 가능했으나, 이제는 창조를 통한 경제발전, 즉 창조가 경제성장의 힘이라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창조는 무엇으로 구체화되는가. 창조를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는 과학과 예술이 있겠다.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 문제 설정, 파괴적 발상에 기초한 새로운 제안, 그리고 가볍고 효율적인 산업 시스템에 의한 시장 진입은 과학과 예술이 모두 직면하고 있는 과제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인식아래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였으니 이제 차분히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세계적인 ICT 상품과 기술을 다수 보유한 한국은 2013년에도 각종 창조기술을 선보였다. 3차원 반도체 공정, 휘어지는 휴대폰은 자랑스러운 우리 기술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ICT 기술이 약진을 거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성장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TV 시장의 성장률 정체가 뚜렷하며 큰 기대를 모았던 빅데이터 산업이 주춤거리는 가운데 이들을 대치할 그 무엇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의 2013년 ICT 생산과 수출을 살펴보면 휴대폰, 반도체, TV, 패널, 전지 등 대기업 중심의 몇가지 품목에 한정되어 있으며 이마저도 극심한 시장경쟁으로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이에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여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1조 달러가 넘는 세계시장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공략하자, 부가가치가 엄청난 소재기술을 확보하여 ICT 미래를 잡자, 사물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를 합쳐서 무엇인가 만들어보자, 의료바이오 융합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다, 웨어러블과 홀로그래픽 또 뉴로바이오 컴퓨팅이 나갈 방향이다, 등등 환상적인 제안이 정부나 민간이 만든 기술기획안에 넘쳐난다. 2013년에 이어 내년에도 이러한 고민은 범람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무엇이 좋을 것이라고 아무리 예측해도 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약하다면 그 노력이 무위에 그칠 것이다.
확보전략은 수행주체에 따라 다를 것이다. 국가는 인재양성, 기초과학 연구지원, 국가연구기관의 기능정립, 산업환경 개선에 힘써야 하고, 민간은 기술투자 확대, 적절한 타이밍의 인수합병, 핵심인재유치를 전략적으로 구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와 민간의 전략이 이원화되거나 따로 추진되어서는 곤란하다. 선진국에서 정착된 PPP(프라이빗-퍼블릭-파트너쉽)처럼 끌고 밀어주며 기술확보하고 산업생태계 구축해야 하겠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2013년의 ICT 뉴스를 보면 가슴이 철렁하는 것이 많다. 노키아의 굴욕, 블랙베리의 몰락, 미국 정보국의 스파이 그리드, 한국에 대한 사이버공격이 대표적이다. 2013은 그러나 한국에서 ICT의 새로운 희망을 보기도 하였다. 집중적인 기술개발에 힘입어서 세계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전례없는 ICT 1600억달러 수출 달성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고 또 반드시 필요하다.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