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통계학과 권대석 동문(88학번)의 인터뷰기사를 아래와 같이 안내하여 드립니다.
[수퍼컴퓨터는 비싸다? 그 발상부터 깼죠]
수퍼컴퓨터는 혼자 엄청나게 빠른 컴퓨터가 아니에요. 대신 일반 PC를 1만대쯤 연결하는 거죠. 그리곤 컴퓨터 한 대가 30년 걸려 할 일을 1만대에 나눠줘서 하루 만에 끝내는 겁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분업(分業)을 잘 시키는 게 수퍼컴퓨터의 핵심이죠."
권대석(43·사진) 클루닉스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퍼컴퓨터 전문가다. 사실 일반인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분야다. 수퍼컴퓨터라고 하면 막연하게 기상청이나 첨단 연구소에 있을 법한 수백억원대의 고가(高價) 장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권 대표는 이런 발상을 깼다. 국내 최초로 개인용 PC를 모아 수퍼컴퓨터를 만드는 기술(클러스터링)로 1999년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교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컴퓨터 7대를 모아 '누더기(patchwork) 시스템'이란 수퍼컴퓨터를 만든 것.
권 대표는 "컴퓨터 여러 대를 한 대처럼 원활하게 돌려주고, 업무도 적절히 분산시킬 수 있는 두뇌 역할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실리콘밸리에 취직이 결정됐다. 하지만 "장학금은 한국에서 받고, 미국 가서 수퍼컴퓨터를 만들면 되겠느냐"는 선배들의 말에 마음을 다잡았다. 2000년 대학원 후배 6명과 함께 클루닉스를 차렸다. 수퍼컴퓨터란 말조차 낯설 때였다. 찾는 이도 없었다.
권 대표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로 뛰었다"고 했다. 한 투자증권사에는 새로 만든 금융파생상품이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계산해주는 수퍼컴퓨터를, 서울대에는 석유탐사용 컴퓨터를 만들어 납품했다. 한 이동통신사에는 '누가 어떤 기지국에서, 누구에게, 몇 분이나 통화하는지'와 같이 매일 수십억 건씩 쌓이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컴퓨터를 만들어줬다.
최근엔 대기업들도 수퍼컴퓨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직원 개개인이 쓰는 수백여대의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중앙으로 통합해 수퍼컴퓨터처럼 쓰는 것. 클루닉스의 시스템을 도입한 포스코는 500여명의 연구원이 중앙의 수퍼컴퓨터에 접속해 작업한다. 업무 내용이 모두 서버에 저장돼 보안성이 높고, 업무를 공유하는 데도 편리하다는 것이 권 대표의 설명이다. 가장 큰 장점은 한 장에 수천만원이나 하는 공학용 프로그램을 공용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컴퓨터에 일일이 고가의 프로그램을 깔 필요 없이, 중앙컴퓨터에서 남는 라이선스를 찾아 쓰다 보니 연간 40억원에 달했던 프로그램 유지 비용이 1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고 했다.
권 대표는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수퍼컴퓨터 분야는 후진국"이라면서 "수백억원 주고 비싼 수퍼컴퓨터를 사는 게 답이 아니라,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엔 그간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 '빅데이터 혁명'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클루닉스의 사시(社是)는 '인류를 위한 수퍼컴퓨팅'이다. 권 대표는 "비싸고 사용하기도 어려운 수퍼컴퓨터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자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그 시점을 내년으로 잡고 있다.
"내년 중에는 수퍼컴퓨터를 활용해 오늘의 주가 예측, 우리 동네 부동산 전망, 우리 아이를 위한 최적의 입시 전략처럼 일반 소비자들 눈높이에 맞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속속 선보일 것"이라는 게 권 대표의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