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대선 공약 중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등록금은 대학 재정의 30~ 70%를 담당하는 대학 재정의 중요한 축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이 국가의 재정 지원으로 해결될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부의 고등교육비 지원이 매우 열악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재정 마련의 확실한 대책과 기대 효과 및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는 반값등록금이 정치권의 선거용 공약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재정 마련의 확실한 대책은 없으면서 반값등록금 대선 공약은 여야 할 것 없이 자신 있게 외치고 있다. 만일 새 정부가 재정 마련의 어려움으로 인해 반값등록금 부담을 대학에 떠넘긴다면 대학의 경쟁력 및 교육의 질 하락은 곧 닥치는 후폭풍일 것이다.
서울대는 그동안 반값등록금 시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지난 4년간 등록금을 동결했고,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서도 힘썼다. 또 발전기금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목적의 장학금 제도를 신설하였다. 특히 동문 및 기업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들을 시행하였다. 예를 들면, 멘토장학금과 학내 근로나 사회봉사를 하면 기업이 장학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였다. 이를 통해 대학은 장학금을 지원받고 기업은 사회공헌활동(CSR)에 참여함으로써 서로 '윈(Win)· 윈'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그 결과 2012년 1학기 기준으로 등록금 납입액 대비 학부 장학금이 48%에 이르게 되어, 실질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국내에 발전기금이 활성화된 대학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졸업생들과 일반 기업들이 대학의 발전기금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발전기금 조직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학 재정에서 등록금이나 국가 지원금은 대부분 경직성 예산으로 사용되며, 장학금 확대나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사업에는 발전기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의 발전기금이 대학의 미래 가치를 위한 필수 재원이라는 사회적 동의가 절실하며, 각 대학은 발전기금 조직을 정비하고 장학기금 조성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 없이 반값등록금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나 대학의 어느 한 쪽이 반값등록금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현실로 다가온 반값등록금 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다. 이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은 정부와 대학이 뜻을 모아 우리나라 교육 복지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정부는 불요불급한 예산의 재조정 등을 포함한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여 고등교육비 지원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고, 대학은 예산 절감의 자구 노력과 함께 대학발전기금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대학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 대학의 상황과 특성을 살려서 그 대학 스타일의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 및 동문, 지역사회의 시민과 기업이 대학발전기금 출연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 나간다면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 새로운 스타일이 창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